영화 ‘중경삼림’의 한 장면
사랑의 유통기한이 있다면 말년에 하고 싶다▲극 중 대사=90년대 한 시대를 풍미한 감독이 있다면 누구를 선택할 수 있을까. 홍콩 영화 신드롬을 만든 왕자웨이 감독도 그중 한 명으로 선정될 것이다.
이번에 소개할 영화 중경삼림은 양가위 감독의 작품으로 90년대 로맨스 영화와 시대정신을 대표할 수 있는 독특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.
리마스터링 작품이 공개된다는 기념으로 다시 한 번 그 당시의 작품을 회상하고 추억에 젖고 싶은 사람이라면 다시 한 번 감상하는 것을 추천한다.
임청하/금성무사영화 중경삼림은 2부로 나뉘어진 옴니버스 형태의 영화라 할 수 있다.
경찰 223과 마약거래상 사랑, 경찰 663과 점원페이의 사랑 과정을 그린 영화라 할 수 있다.
두 에피소드 모두 남자 주인공은 실연한 경찰로, 두 사람 모두 실연의 아픔을 잊는 독특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.
줄거리만 짧게 소개하자면, 첫 번째 이야기는 경찰 223의 주인공으로서, 그는 만우절 날 여자친구여 헤어지고 나서 유통기한이 5/1일인 통조림을 모두 먹을 때까지 기다리기로 한다.
결국 그녀를 잊기로 결심하고 우연히 바에 가게 되고 그곳에서 처음 만난 여자와 사랑에 빠지겠다고 다짐한다.
그리고 마약 밀매업자 앤 여자친구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.
두 번째 이야기는 스튜어디스와 헤어진 경찰 663 얘기다.
헤어진 애인이 경찰 663이 자주 가는 식당에 들러 편지와 집기를 놓고 떠난다.
그리고 그런 그를 바라보며 식당 아르바이트였던 페이는 그의 집을 청소하기 시작했고 결국 두 사람은 만나려고 노력했지만 실패했다.
하지만 캘리포니아로 유학간 페이가 스튜어디스와 돌아왔을 때 경찰 663은 단골 음식점의 주인이 돼 그녀와 맺어질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영화가 끝난다.
두 가지 이야기에서 굉장히 놀라운 부분은 개인적으로 음악이라고 생각한다.
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Dennis brown-things in life라는 레게 왕자의 음악을 통해 마약과 불안한 그녀의 모습을 보여주며 화면의 거칠게 표현한다.
마치 그녀가 하고 있는 일이 가진 불안감 몽롱함을 동시에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.
두 번째 이야기로 ‘California dreamin’이라는 매우 유명한 팝으로서 오히려 음악이 가진 힘 때문에 장면이 무너지기도 했지만 영화적 독특한 분위기에 묘하게 잘 맞아떨어져 중경삼림을 대표하는 OST로 자리매김하게 된다.
마치 사랑하는 연인들에게 여느 때처럼 배경음악이 흐르는 것처럼 말이다.
사실 마지막으로 ‘캘리포니아’ 바에서 만나자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음악의 장치적 요소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.
그중 ‘California dreamin’은 오히려 노래 이미지로 영화가 묻히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음악이 영화에 묻어 노래를 듣자마자 충칭 삼림을 떠올리게 한다.
이런 경우는 쉽지 않았지만 양가위 감독은 이를 해낸 감독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.
실연당했을 때 나는 조깅을 한다.
그러면 수분이 빠져나가 눈물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.
심리적인 측면에서도 두 남성이 하는 행동은 거의 비슷하다.
처음에는 각자의 연인이 자신과 헤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이별 자체를 부정한다.
이후 경찰 223은 통조림에 집착하기 시작했고 경찰 663은 비누 인형에게 말을 건 듯 혼잣말을 중얼거린다.
지극히 일반적인 이별의 모습이자 헤어진 연인을 잊기 위한 그들의 노력이라 할 수 있다.
영화 ‘중경삼림’은 양가위 감독이 당시 영화 ‘동사 서독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조금은 힘을 빼고 만들어낸 영화였다.
그러나 의외로 성공한 것은 영화 <중경삼림> 우연의 산물일지 모르지만 세렌디 PD적 작품이 탄생했다고 할 수 있다.
이런 운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도 그가 꾸준한 작품과 영화에 대한 애정이 있었고, 그가 가진 독특한 시선이 있기에 가능했던 영화였다.
마지막으로 90년대 영화이기 때문에 대사나 행동이 너무 부끄러워질 수 있다.
그러나 그 당시의 감성만이 할 수 있는 허세이자 이별에서 오는 지질함을 지키기 위한 그들의 정신적 승리일지도 모른다.
영화 ‘중경삼림’은 이별이 오는 아픔은 새로운 사랑으로 잊혀진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지만, 어떻게 보면 인간이 갖고 있는 미묘한 찌릿찌릿함을 담은 아니, 새로운 희망을 담은 영화가 아닐까 싶다.
평점 : ★★★★ 심한 편집증을 가진 남녀의 사랑